미국 바이오 주식 투자 전, 짚고 가야할 것들
작성일 2019.04.01
#Biogen (BIIB), #Ionis Pharmaceuticals (IONS), #Celgene (CELG), #Synergy Pharmaceuticals (SGYP), #Clovis Oncology (CLVS), #Astrazeneca (AZN), #GlaxoSmithKline (GSK), #Alexion Pharmaceuticals (ALXN), #Vertex Pharmaceuticals (VRTX), #Gilead Science (GILD), #Allogene Therapeutics (ALLO), #Gossamer Bio (GOSS), #XBI
-------------------------------------------------<Key Point>----------------------------------------------
-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전 세계적인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바이오 산업은 미래 성장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 그러나 바이오텍 주식 투자는 고위험, 고변동성 투자 자산으로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
-------------------------------------------------<본 내용>----------------------------------------------
[바이오 산업과 바이오 주식?]
바이오 산업은 80년대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생명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의·약학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진단법, 치료제, 치료법을 개발하는 산업을 지칭한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전 세계적인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신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바이오 산업은 미래사회를 이끌 성장 동력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섹터 분류에 의하면 바이오텍은 헬스케어 섹터에 포함된 하나의 산업군(industry)이다. 헬스케어 섹터는 바이오텍 이외에도 제약, 의료기기, 의료 서비스 등의 산업군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제약 산업 역시 생명과학적인 접근을 받아들이면서 현재는 제약 회사와 바이오텍의 구분이 모호해진 상황이지만, 대체로 제약업종은 전통적인 대형 업체들을, 바이오텍은 나스닥에 상장된 중소형 업체들을 지칭하는데 사용된다. 헬스케어 섹터의 다른 산업군들은 일반적으로 저변동성 방어주 성격을 띠는데 반해, 바이오텍 산업군은 고위험 자산인 주식 중에서도 가장 변동성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변동성이 높은 고위험군인 만큼, 성공적인 미국 바이오 주식 투자를 위해 바이오텍 주식의 특성에 대해 짚고 가자.
* 이 글에서 언급하는 바이오텍은 오리지널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를 지칭한다.
[다른 산업군에서 볼 수 없는 바이오 주식의 특징 10가지]
1. 대다수의 바이오텍은 고정 매출이 없다.
미국의 나스닥에는 대략 500여 개의 바이오텍이 상장되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텍은 임상 단계 바이오텍 (clinical stage biotechs)이다. 임상 단계 바이오텍의 가장 큰 특징은 고정적인 매출이 없다는 점인데 이는 다른 섹터, 인더스트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2017년 글로벌 바이오텍의 매출을 보면 조사대상 627개의 바이오텍 가운데 매출 상위 20개 기업의 매출이 전체 바이오텍 매출의 85%를 차지했고, 단 73개 (11.6%)의 바이오텍만이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시가총액 $10 빌리언 이상의 기업들 가운데에서도 매출이 없는 기업, 매출이 있어도 적자인 기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7 글로벌 바이오텍 매출 VS 시가총액
2017 글로벌 바이오텍 순이익 VS 시가총액
(출처 : Morrison & Lähteenmäki, Nat Biotechnol. 2018 36(7),576, 필자 자체 제작
https://www.nature.com/articles/nbt.4175)
주식회사의 시장가치는 회사의 현재 수익과 미래의 기대 수익의 합으로 계산된다. 일반적으로 성장주들은 현재 수익 대비 미래 기대 수익이 큰 기업들이다. 비록 많은 성장주들이 미래가치의 투자를 위해 단기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을지언정 현재의 매출이 전혀 없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면 바이오텍의 많은 비중은 현재의 매출이 0이기 때문에 순전히 미래의 기대 수익에 의해 주가가 결정된다. 바이오텍의 미래 기대 수익은 그 회사가 개발 중인 치료제의 시장 진출 가능성 (FDA를 비롯한 보건 당국의 판매 승인 가능성)과 진출 시의 기대 매출 (시장의 크기 및 기대 시장 점유율)에 의해 결정된다. 이 모든 변수는 ‘가능성’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무너졌을 때 바이오텍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0에 수렴하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보게 된다. 회사의 선두 신약 후보가 임상시험에 실패한 경우 하루 만에 주가가 90%씩 하락하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반면 시장에 진출한 제품으로 인한 고정 매출이 있는 소수의 기업들(상업화 단계 바이오텍, commercial stage biotech)은 임상시험 실패로 인한 주가 하락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바이오텍을 투자할 때에는 본인이 얼마만큼의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지 잘 판단한 후에 소형 바이오텍에 투자할지 대형 바이오-제약회사에 투자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소형 바이오텍에 투자하기로 결정을 했다면 매 분기 실적 보고 때 해당 기업이 어느 정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지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만일 충분하지 않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라면 그 회사는 머지않은 미래에 유상증자, 채권발행, 대출 등으로 현금을 마련해야 하고 이는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
2. 임상 단계 바이오텍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파악하라.
앞서 언급했듯이 소수의 상업화 단계 바이오텍을 제외한 대다수의 바이오텍은 매출이 없는 전 매출 단계 (pre-revenue stage) 혹은 임상 단계의 회사들이다. 바이오텍의 성장 단계에 따라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달라지는데 상업화 단계 바이오텍의 경우는 매출·이익의 성장, 즉 분기 실적 보고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반면 임상 단계 바이오텍의 경우에는 임상시험 결과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임상시험은 보통 임상 1상, 2상, 3상으로 나누어 진행되며 주 목적은 신약후보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점검이다. 임상 1~3상의 성공 확률은 각각 60%, 30%, 50% 정도이고 임상 1상의 후보물질이 최종 승인을 얻을 확률은 대략 10% 정도로 매우 낮다. 임상시험의 각 단계는 보통 1년 이상이 걸리고 후기로 갈수록 기간은 더 길어진다. 따라서 임상시험 결과는 최종 결과와 중간 결과 발표를 모두 포함하더라도 분기 실적 발표보다 훨씬 적은 빈도로 발표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이유로 임상단계 바이오텍의 주가는 점진적 상승·하락보다는 계단식 상승·하락의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텍 주식의 투자를 결정했다면 그 회사의 임상시험 결과 발표가 언제로 잡혀있는지를 잘 살펴보고 진입 시점을 잡는 것이 좋다. 임상시험 결과 발표 일정은 보통 분기 실적 보고 때 같이 발표된다. 또한 Biopharma Catalyst (www.biopharmcatalyst.com/calendars/fda-calendar) 웹사이트에도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이 밖에 임상단계 바이오텍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동종업체의 인수합병, 유상 증자로 인한 주식 희석이 있다. 피인수되는 바이오텍의 경우 일반적으로 40~100%의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인수되기 때문에 피인수 되는 기업뿐만 아니라 유사한 종류의 업체들도 덩달아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유상 증자의 경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성공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해서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경우 이를 이용한 유상 증자가 뒤따라 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3. 파트너쉽은 소형 바이오텍 뿐만 아니라 대형 바이오-제약회사에게도 중요하다.
신생 바이오텍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3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새로운 치료제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상품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둘째는 대형 바이오-제약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모델로, 가장 일반적인 파트너십의 형태는 연구 개발, 임상 시험 및 승인은 소형 바이오텍이, 유통, 판매는 대형 바이오-제약회사가 맡아서 수익을 나눠갖는 방식이다. 셋째는 흔하지는 않지만 신약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플랫폼을 다른 기업에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도 존재한다.
첫 번째 모델은 고위험 고수익의 모델이다. 근래에는 FDA의 정책 변화로 신약 승인 과정이 단축되고 있지만 하나의 신약이 개발 단계부터 시장에 나오기 까지는 보통 10년 이상이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다. 매출이 없는 기업이 이 기간을 독자적으로 버텨서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 일은 재정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FDA의 판매 승인이 시장에서의 성공을 담보하지도 않는다.
성공한 바이오텍들은 초기에는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면서 향후 독자 모델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소형 바이오텍은 연구개발 인력만 있기 때문에 대형 제약사·바이오텍의 마케팅 인력과 노하우를 통해 연구개발과 상업화 비용을 지원받고 차후에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이오텍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Biogen (BIIB)이다. Biogen은 임상 단계 기업이었던 90년대에 Roche (RHHBY)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Rituxan을 개발했고 블록버스터에 오른 Rituxan의 매출에서 나온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신약들을 개발하며 성공 가도를 달려 현재의 Biogen이 되었다. 거대 기업이 된 Biogen은 소형 바이오텍인 Ionis Pharma (IONS)와 파트너십을 맺어 Spinraza를 개발해 출시 3년 만인 2018년에 블록버스터의 기준점인 $1빌리언 매출을 돌파했다.
물론 실패한 파트너십도 많이 있지만 성공적인 파트너십은 소형 바이오텍뿐만 아니라 거대화되어 혁신의 동력을 상실해가는 대형 바이오-제약회사에 서로 윈윈이 되는 전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또한 대형 바이오-제약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소형 바이오텍은 인수합병에서 우선 고려 대상이 되기도 한다. CAR-T 치료제를 개발하던 Juno Technologies는 2015년 Celgene(CELG)과 파트너십을 맺는데 2018년에는 결국 Celgene에 인수합병된다. 인수합병 당시 $67 정도에 거래되던 Juno의 주가는 약 30%의 프리미엄인 $87에 인수되어 주주들에게 큰 이익을 남겼다. 파트너십의 내용을 살펴볼 때에 중요한 부분은 딜의 전체 규모가 아니라 선수금(upfront payment)의 규모다. 선수금의 규모가 클수록 대형 바이오-제약회사가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좋은 약을 만드는 것이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모든 위험 부담을 소형 바이오텍이 홀로 떠안게 된다. 성공하면 모든 수익을 누릴 수 있지만 실패 확률이 높다.
Synergy Pharma (SGYP)는 2017년 초 Trulance라는 만성 변비 치료제로 FDA 판매 승인을 얻는다. Trulance는 당시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해 약효는 동일한 반면 복통, 구토 등의 부작용이 훨씬 적어 시장에서의 성공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연구 개발만 해오던 회사가 독자 상업화 모델을 택하면서 회사는 마케팅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자금난에 빠지게 된다. 더구나 경쟁 제품은 대형 제약사인 Allergan(AGN)의 판매망을 이용해 판매되고 있었다. Trulance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증가 속도는 예상보다 느려, 마케팅 비용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경영진의 판단 미스로 무리한 조건의 대출을 받게 된다. 2018년 Trulance의 두 번째 적응증(indication)도 FDA의 승인을 얻었지만 대출 기한 연장에 실패하면서 결국 회사는 2018년 말 파산을 선언하고 말았다. 2019년부터는 Trulance의 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큰 폭의 매출 신장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웠던 케이스다. Synergy Pharma의 케이스는 경쟁사의 제품보다 더 좋은 약을 만든다고 상업적인 성공이 따라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회사의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Synergy Pharma의 첫제품 Trulance의 FDA 승인 이후 주가와 매출
(출처 : Synergy Pharma 회계보고서, 구글 파이낸스, 필자 자체 제작)
5. 획기적인 과학기술이 상업적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흔히 갖는 오해 중 하나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과학적 업적이 상업적인 성공을 가져오리라는 기대이다. 면역항암제 개발 초창기 시절 Provenge라는 dendritic cell(수지상세포, 면역세포의 일종)을 이용한 전립선암 치료제를 개발한 Dendreon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최근 놀라운 효능으로 주목받고 있는 CAR-T의 원조격에 해당하는 기술로 당시에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다. Provenge는 임상 시험 결과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2010년 FDA의 승인을 얻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생소한 개념에 치료 방법의 어려움, 높은 가격, 그리고 기대만큼 높지 않았던 약효 등의 이유로 판매 부진을 겪게 된다. Dendreon은 결국 2014년 11월 파산 신청을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줄기세포, CAR-T, 이중 항체, siRNA, mRNA 등등 지금도 많은 바이오텍들이 예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기술들은 놀라운 과학적 업적을 바탕으로 질병 치료의 새 장을 열 가능성이 있는 기술들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임상 시험을 통해 부작용 없이 실제로 인간의 치료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증명이 돼야 할 뿐만 아니라 , 치료의 용이성과 합리적인 가격이 수반되어야만 그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 바이오텍 투자시에는 기술의 과학적 우수성 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현실적인 조건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6. 소형 바이오텍일수록 경쟁을 피하라.
제약 시장에서 업체 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많은 회사들이 동일한 질병에 대해 동일한 기제의 신약으로 먼저 FDA의 승인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경쟁자들 보다 시장에 먼저 진입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선점 효과 때문이다. 소형 바이오텍이 파트너십 없이 시장에 선 진입한 대형 제약사와 경쟁을 해야 한다면 이는 최악의 상황일 것이다.
소형 바이오텍인 Clovis Oncology(CLVS)와 Tesaro는 각각 Rubraca와 Zejula라는 난소암 치료제를 2017년 몇 달 간격으로 출시했다. 그러나 시장에는 이미 동일한 기제의 Lynparza라는 약이 2015년부터 판매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대형 제약회사인 Astrazeneca(AZN)였다. 임상시험 결과, 3가지 약은 효능도 비슷할 뿐만 아니라 안전성의 경우 오히려 Lynparza가 가장 안전한 것으로 나왔다. 결국 Rubraca와 Zejula는 블록버스터 (연 매출 $1빌리언 이상)이 되리라는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Lynparza에 막혀 매출이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 세 회사가 적응증 확장을 위해 여러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Clovis Oncology(CLVS)와 Tesaro의 주주들은 FDA의 판매 승인 후 매출 부진으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오히려 손실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Tesaro는 2018년 12월에 대형 제약회사인 GlaxoSmithKline(GSK)에 인수합병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지만, 현금 인수였기 때문에 FDA 승인 당시부터 Tesaro의 주식을 가지고 있던 주주들은 오히려 손실을 확정 짓게 되었다.
PARP 저해제 매출 추이
(출처: 각 회사 분기별 회계 보고서, 필자 자체 제작)
Clovis Oncology(CLVS)와 Tesaro(TSRO) 주가 추이
(출처: Clovis Oncology와 Tesaro 분기별 회계 보고서, 구글 파이낸스, 필자 자체 제작)
관심 있는 회사의 약이 다른 어떤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매년 SEC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 보고하는 10-K(회계연도 말 회계 보고서)를 보면 된다. 10-K는 각 회사 홈페이지의 IR에 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K에는 회사의 재무 상황뿐만 아니라 특허 만료 정보 등 다른 많은 정보들도 같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중 회사 경영의 리스크를 서술하는 섹션이 있고 이 중에 Competition(경쟁)에 대해 서술하는 파트가 따로 있다. 이 파트에는 회사의 각 부문 별로 어떤 경쟁 업체가 있는지가 잘 서술되어 있다. 아래 그림은 Tesaro의 2018년 10-K에서 Competition 섹터의 일부분이다. Astrazeneca의 Lynparza와 Clovis Oncology의 Rubraca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이 나와있다. 바이오텍의 주가는 자사의 임상시험 결과뿐만 아니라 경쟁 회사의 임상시험 결과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쟁 회사의 임상시험 스케쥴과 결과 역시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 Tesaro Biopharma 홈페이지, 2018년 회계보고서) http://ir.tesarobio.com/static-files/a2513a4f-c1e4-475b-b8c0-77e79e2cab88)
7.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s)를 지닌 바이오텍에 투자하라.
다른 섹터의 주식과 마찬가지로 바이오텍도 경제적 해자를 지닌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오텍의 경제적 해자는 뛰어난 R&D 능력, 획기적인 기술력, 창의적인 기업문화, 긴 적자 기간 동안의 생존을 가능케 하는 경영진의 운영 및 자금 조달 능력, 마케팅 노하우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어 경쟁을 피해 나가는 능력일 것이다. 제약산업에는 높은 진입장벽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장치가 있는데 이것이 보건당국의 Orphan Drug Designation이다. 미국의 경우 환자 수 20만 명 미만 (1만 명 당 6.3명 미만), 유럽의 경우 25만 명 미만 (1만 명 당 5명 미만)인 희귀질환 (rare disease)을 orphan disease라고 한다. 희귀질환은 마켓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의 치료제 개발 동력이 떨어지는데, Orphan Drug Designation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83년 도입된 제도다. 보건당국에 의해 orphan drug으로 지정이 되면 여러 가지 인센티브가 제공되는데 그중 가장 큰 혜택은 동일 기제 약제에 대해 7년간의 마켓 독점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또한 환자 수가 적은 만큼 비싼 약 값이 용인된다. 1983년 이전 30여 개에 불과하던 orphan drug은 제도 정착 후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약들 대부분이 orphan drug이다. 특정 희귀질환 시장을 선점한 기업은 제도적인 진입장벽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진입장벽까지 지니게 되는데, 환자수가 작은 질병이다 보니 경쟁 업체들이 임상시험을 위한 환자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아서 임상시험의 시간과 비용이 커지게 된다. 특히 시장을 선점한 업체의 치료제가 잘 듣는 상황이라면 새로운 치료제를 원하는 환자를 구하기는 더욱 어렵게 된다. 특정 희귀질환 시장을 선점하여 성장한 대표적인 바이오텍으로는 Alexion Pharma (ALXN)와 Vertex Pharma (VRTX)가 있다. 두 회사는 각각 2007년과 2012년부터 해당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아직까지도 경쟁자가 없는 상태이다.
Alexion Pharma(ALXN) 주가와 매출 추이
(출처 : Alexion Pharma의 분기별 회계 보고서, 구글 파이낸스, 필자 자체 제작)
Vertex Pharma(VRTX) 주가와 매출 추이
(출처 : Vertex Pharma의 분기별 회계 보고서, 구글 파이낸스, 필자 자체 제작)
8. Plan B가 없는 바이오텍 주식 투자는 위험하다.
많은 소형 바이오텍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하나의 신약 후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신약 후보를 적절한 시차를 두고 개발하지 않는다면 선두 신약 후보가 임상에 실패하는 경우 회사는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업화에 성공한 회사도 승인된 치료제의 적응증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승인된 치료제의 특허가 만료되어 복제약과의 경쟁이 시작되기 전에 제2, 제3의 신약후보를 시장에 내놔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Vertex Pharma는 원래 C형 간염 치료제를 개발하던 회사였다. Vertex는 2011년 C형 간염 치료제 Incivek을 출시하여 출시 1년 만에 $1빌리언의 매출을 올리며 대성공을 거둔다. 그런데 이 성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2013년 Gilead Science가 Incivek보다 더 효능이 뛰어난 Sovaldi를 출시하면서 급격히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게 되고 Vertex는 결국 2014년 Incivek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Incivek 출시 이전부터 Vertex는 파이프라인 다각화를 통해 Cystic Fibrosis (CF)라는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CF는 당시 전용 치료제가 없던 상황이었는데, 2012년 Vertex가 CF 전용 치료제인 Kalydeco를 출시하면서 Vertex의 성공 신화가 시작되었다. 이후 Vertex는 Orkambi, Symdeko 등의 후속작을 계속 성공시키면서 CF 치료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여러 소형 바이오텍들이 CF의 치료제를 개발 중에 있지만 현재까지도 Vertex의 치료제들만이 상업화에 성공한 상태이다. Vertex의 Incivek과 Kalydeco는 모두 개발부터 승인까지 10년 이상이 걸린 치료제들이다. 만약 Vertex가 스타트업이던 시절부터 파이프라인 다각화를 하지 않고 Incivek 및 후속 C형 간염 치료제 개발에만 몰두했다면 현재의 Vertex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9. 경영진의 전력을 보라.
최근 Allogene Therapeutics (ALLO)와 Gossamer Bio (GOSS)라는 신규 바이오텍이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규모는 각각 $324밀리언과 $276밀리언으로 바이오텍 IPO 역사상 역대 2위와 4위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회사의 경영진들이 과거 성공적으로 피인수당한 회사의 경영진 출신이라는 점이다. Allogene Therapeutics는 Gilead Science에 피인수된 Kite Pharma의 경영진들이, Gossamer Bio는 Celgene에 피인수된 Receptos의 경영진들이 설립한 회사로 설립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바이오텍은 가장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섹터로, 과거에 성공적으로 프리미엄을 받고 인수합병을 이끈 경영진이 있는 회사는 또다시 인수합병 가능성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 유치에 유리하고, 상장 후 주가에 있어서도 프리미엄을 받게 된다. 바이오텍 운영진의 과거 전력을 볼 때에는 인수합병 경험과 더불어 FDA 승인 경험, 대형 바이오-제약 회사와 파트너십 딜 성사 경험, 성공적인 상업화 경험 등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효능이 뛰어난 약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회사의 성공에 중요한 단계들이기 때문이다.
10. 정부 정책의 변화를 주시하라.
제약 산업은 인간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16년 미국 대선 캠페인 기간에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이끈 약가 인하 공약의 주 타깃이 되면서 바이오-제약 산업 전반, 특히 대형 바이오-제약회사들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다. 대선 기간, 특별한 약가 인하 정책을 내놓지 않았던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당선 후인 2017년에는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가 좋은 주가 흐름을 보였고, 2018년 공화당 정부에서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를 장려하는 정책을 예고하고 제약사에 약가를 인하하도록 압력을 넣으면서 주가가 주춤하기도 했다. FDA에서 유전자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새로 입안하고 유전자 치료에 대한 승인 심사 기간 단축을 위해 인력을 보강하면서 유전자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들의 주가 흐름이 좋아지기도 했다. 반면 진통제로 사용되는 Opioid (모르핀의 성분)의 중독성으로 인한 폐해가 심해지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독성이 있는 신규 진통제를 승인하지 말라는 압력이 심해졌는데 이로 인해 진통제를 개발하던 회사들의 주가가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처럼 제약 산업은 제품의 개발 과정부터 출시까지 보건 당국의 통제 하에 있고, 여러 정치적 이벤트와 정책 변화에 따라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거대 시장을 지닌 국가들의 정부 정책의 트렌드를 주시하고 정치권의 움직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만한 회사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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