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경구용 치료제와 몇가지 단상
오늘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 결과 발표로 지난 2년간 이어져온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경쟁은 종지부를 찍은 듯. 앞으로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질지 어떨지, 또다른 변이가 나오고, 이에 대항해서 또다른 백신을 만들고 치료제를 만들고 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난 2년 남짓한 시간과 같은 쏠림과 주가 버블은 다시 만들어지기 어려울 듯.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수혜주 펠로톤 역시 때마침 부진한 실적 가이던스로 떡락하고 있음. 마치 한 시대의 마무리를 보는 느낌.
돌이켜보면 코로나-19를 기회로 그야말로 수많은 듣보잡 나노캡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어 주가 버블을 만들어냈지만 어느새 소리소문없이 모두 사라져버렸음. 매일같이 들어보지도 못했던 기업들이 치료제 개발한다, 백신 개발한다하고 튀어나오는데 이렇게 못들어본 이름이 많았었나 싶었음...
결과적으로 남아있는 이름들은 모두가 빅네임들 - 화이자, 머크, 길리어드 사이언스, 아스트라제네카, J&J, 리제너론, 일라이 릴리, GSK. 그리고 이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 아니라면 생소했을 모더나, 바이온테크, 비어.
뒤 셋도 듣보잡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분야를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이라면 코로나-19 의약품 개발 레이스에 참전했던 진정한 듣보잡들과는 차원이 다른 유니콘들이었던 점은 아실테고. 듣보잡 중 성공한 케이스는 노바백스 정도가 아닐까 싶음.
그리고 최종 승자는 코로나-19로 돈을 탈탈 긁어모은 화이자. 주가 측면에서는 최종 승자라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이번에 화이자만큼 많은 돈을 번 기업이 있을지. 코로나-19 이전까지 화이자는 주력 의약품들의 성장 둔화, 특허 절벽, 블록버스터 파이프라인 부재 등이 겹치면서 위태로왔었음. 그러나 이젠 코로나-19로 긁어모은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만 잘 결정하면 되는 상황.
코로나-19 의약품 개발 레이스를 보면서 들은 몇가지 감상.
1. 연구개발에 투자한 돈은 반드시는 아닐지라도 나중에 되갚을 수 있다. 길리어드의 렘데시비어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머크의 몰누피라비어는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화이자의 PF-07321332 (이름이 입에 안붙는다는걸 아는지 오늘보니 이름을 팩스로비드라고 지어서 발표했음..)는 오리지널 사스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했던 의약품들을 목적변경한 케이스로 사장될뻔한 후보물질들이 코로나-19로 되살아난 케이스들.
2. 기술력의 우위를 보여준 기업들: 모더나와 바이온테크는 가능성만 존재하던 mRNA를 사용한 의약품이 실제로 가능하고 개발 속도를 얼마나 빨리 줄일 수 있는지를 보여줬음. 리제너론과 앱셀레라 역시 자사 항체 발굴 플랫폼의 우수성을 보여줬음. 향후 주가 거품은 빠지겠지만 얼마든지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줌.
3. 돈의 힘과 쏠림: 성공한 치료제, 백신은 대부분이 돈지랄을 했던 미국산 제품들. 미국내에서도 성공한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이 쏠린 기업들에서 나왔고 애초에 자금 확보가 안된 기업들은 대부분 실패. 근데 애초에 많은 투자금을 받으려면 인지도가 높은 기업이어야했음. 결국은 빈익빈 부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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