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그림의 왼쪽 검정색 화살표는 처방약의 유통 경로를, 복잡한 경로의 초록색 화살표는 결제 경로를 나타냅니다. 왼쪽의 유통 경로는 Manufacturer (제약회사) – Distributor (유통/도매업자) – Retailer (소매 약국) – Patient (환자)의 여타 다른 상품들과 동일한 경로를 거칩니다.
반면 처방약의 결제 경로는 유통 경로 역방향의 흐름 뿐만 아니라 오른쪽에 Pharmacy Benefit Managers (PBM)과 보험회사들이 더해져서 아주 복잡한 양상을 나타냅니다.
처방약 업계의 구성원들
Manufacturers: 제약회사들을 말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름들 – 화이자, 노바티스, J&J, 테바 등등 이 해당됩니다.
Distributors: 제약회사에서 처방약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보관 창고를 제공하고, 소매 약국에 쉬핑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들입니다. 미국에는 3대 메이져 distributors가 있는데 AmerisourceBergen (ABC), Cardinal Health (CAH), McKesson (MCK) 이고 이들 세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기준 85% 입니다.
Retailer: Distributors로부터 처방약을 공급받아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소매 약국을 말합니다. 미국의 약국은 크게 세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 대형 약국 체인, 개별 (동네) 약국, mail-order 약국입니다. 대표적인 대형 약국 체인으로는 CVS (CVS)와 Walgreens (WBA)가 있고, 대표적인 mail-order 약국은 Express Script (ESRX)가 있습니다.
Pharmacy Benefit Managers (PBM): PBM은 의료보험 체계 내에서 처방약의 관리를 담당하는 회사들입니다. PBM은 독립적인 회사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드물고, 대부분 처방약 업계 내의 다른 참여자들 내부에 존재합니다. 2016년 기준 3대 메이져 PBM이 시장의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데, 소매 약국을 하는 CVS가 보유한 CVS Caremark, mail-order 약국인 Express Script, 그리고 의료보험 회사인 UnitedHealth (UNH)가 보유한 Optum이 3대 메이져 PBM 입니다.
Public & Private Health Insurance: 국가 주도의 공공 의료보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부분의 의료 보험을 사보험 회사가 담당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삼성생명 의료보험, 현대화재 의료보험 이런 식입니다. 국가에서 담당하는 의료보험으로는 저소득층과 장애인들을 위한 Medicaid (주정부/연방정부 연합 프로그램)와 소득과 상관없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Medicare (연방정부에서 담당)가 있습니다. Medicare는 A, B, C, D의 네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중 Part D가 처방약에 관한 프로그램입니다. 사보험 업체로는 대표적으로 Unitedhealth (UNH)가 있고 top 25 회사들은 링크(https://www.peoplekeep.com/blog/top-25-health-insurance-companies-in-the-u.s) 참조하시면 됩니다. 이중에는 public 도 있고 private도 있습니다.
처방약의 결제 경로 및 현금 흐름
처방약 자체는 일반 상품의 유통구조와 같이 생산자-도매업자-소매업자-소비자의 흐름으로 유통됩니다. 반면 보험업체를 끼고 있는 결제 및 돈의 흐름은 상품 유통구조보다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의료보험 가입자들은 사보험이나 공공의료 보험에 돈을 내고 가입을 합니다 (Insurance Premium Payment). 보험 회사는 PBM과 계약을 맺고 계약금(contract payment)을 지불합니다. 의료보험 가입자들이 Retailer에게 처방약을 구입할 때 약값의 일부 (copayment or coinsurance)만을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은 PBM에서 지불합니다 (product payment). 여기까지는 중간에 의료보험 회사 하나만 있는게 아니고 PBM이란 회사가 끼어든 것 이외에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PBM은 처방약의 formulary (약품 목록)을 관리하고, 약국과의 계약, 제약회사와 약값 흥정, 처방약의 보험 처리 등을 담당합니다. 3대 메이져 PBM은 현행법 하에서 제약회사들에 대해 갑의 위치에 있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formulary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미국의 의료보험은tiered formulary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사보험의 경우 보통 3개의 tier group, 국가 보험인 Medicare의 경우 5개의 tier group으로 처방약들을 분류합니다. 동일한 약에 대해 여러 개의 공급처가 있는 경우 각각의 tier group에 다른 할인율을 적용합니다.
예를 들면, Humira (Abbvie), Remicade (J&J), Enbrel (Amgen)은 모두 관절염 치료제입니다. 3개의 tier system에서 tier-1, 2, 3가 각각 10%, 25%, 40% coinsurance 가 적용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10% coinsurance란 환자가 10%, 보험사가 90%의 약값을 부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경우 어떤 약이 tier-1에 들어가고 어떤 약이 tier-3에 들어갈지를 결정하는 것은 PBM의 권한입니다. 만약에 Humira는 tier-2에 들어갔는데 Remicade는 tier-3에 들어갔다면 두 약의 약값이 같더라도 실제 환자가 지불하는 금액의 차이가 커지기 때문에 환자들은 Humira를 선호하게 되고 제조사들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제약회사들은 당연히 유리한 tier group에 속하고 싶어합니다. 경쟁하는 약들이 너무 많은 경우에는 formulary 자체에 포함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PBM들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게 됩니다. 현재 약값의 흥정과 리베이트는 합법입니다. 제약회사들은 이 리베이트가 약값에 더해져 약값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면에 PBM은 약값 흥정과 리베이트 시스템으로 인한 제약사간 경쟁 덕분에 약값이 낮아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일단 리베이트 시스템을 손보기로 한 것 같습니다. 오늘 화이자의 어닝 컨퍼런스 콜에서 보였듯 제약회사들은 환영하고 나왔구요.
아래 그림은 정가 $101의 약을 팔았을 때 가상의 현금 흐름입니다 (2007년 페이퍼의 데이터인데 지금은 리베이트가 더 올랐으리라 봅니다). 리베이트 다 제하고 제약회사 $74, 도매상 $3, 약국 $5, 그리고 나머지 $19을 PBM과 보험회사가 가져가는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