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유전자 조작을 위해서는 세포 내 DNA를 잘라야하는데, 이 잘라진 부위에 여러가지 복잡한 돌연변이들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한달전에 나왔던 내용은 유전자 재조합이 효과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p53이라는 암억제 단백질이 억제되어야하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재조합이 일어난 세포들, 즉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원하는 치료를 이뤄낸 세포들은 암이 발생할 확율이 높은 세포들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논문 모두 있을 법한 내용들입니다. 궂이 어떤 쪽이 더 해로울 수 있느냐를 따지자면 한달전에 나왔던 내용이 더 해로울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긴다는 것인데, 사실 돌연변이는 우리 몸에 아주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고 지금 이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의 세포에도 생기고 있습니다. 다만 돌연변이가 항상 나쁜 것이 아니라 아무런 효과가 없는 (neutral) 경우가 대부분이고, 세포에 해로운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세포가 대응할 수 있는 여러가지 보호 기제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 암으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발생하는 돌연변이 숫자에 비교하면 극히 드문 케이스입니다.
이번 논문의 내용대로라면 크리스퍼 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유전자 조작도 해로울 수 있습니다. Zinc finger nuclease (ZFN)라는 전혀 다른 유전자 조작 방법을 사용하는 SGMO의 주가까지 같이 하락한 이유죠. 아직까지는 크리스퍼건 ZFN이건 유전자 치료가 된 동물에 암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구자들이 이에 대해서 쌍심지를 키고 지켜볼 것이 분명해 보이네요. 그런데 보고가 없었다고 과연 발생하지 않은 일인가에 대해서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어난 일이 일어난 것을 증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니까요. 모든 약물은 우리가 원하는 효과 이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효과도 일으킵니다. 그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경우 우리는 '부작용'이라고 부르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나타나는 경우에는 사실상 안다는 것이 불가능하죠. 크리스퍼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상장은 하지 않았지만 Arbor Biotechnologies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RNA를 크리스퍼로 조작하고자 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를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에 언급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접근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