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tstone Oncology Inc (GRTS)
최근에 좀 말도 안되는 것 같은 이유로 폭등했다가 거품이 조금 가라앉은 Gritstone Oncology Inc (GRTS)라는 바이오 기업이 하나 있다. 아래 주가 차트를 보면 상장한지 2년 조금 넘었고 상장 첫 몇달 상승한 후 그 이후로는 죽 하락만 해온 기업 (왼쪽 차트). 그러다가 1/19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시작한다는 뉴스 하나에 $5정도 하던 주식이 $27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18로 내려앉았다.
개인적으로 오랜기간 물려있던 종목이기도 하다. 이번 폭등으로 며칠만에 수익권이 되기는 했지만..
그럼 이게 갑자기 왜 폭등을 했는지 알아보자.
최근 두가지의 뉴스가 있었다.
▼ Gritstone Oncology (NASDAQ:GRTS): NIAID와 공동으로 보다 지속적인 면역 반응과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를 회피할 수 있는 2세대 백신 개발 시작. 코로나-19로부터 회복한 사람들로부터 에피톱 (epitope: 단백질 중 실제로 항원 역할을 하는 5-10 아미노산의 짧은 염기 서열)을 분석하여 스파이크 단백질 및 T세포 반응을 유도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이외 부위의 에피톱들로 구성된 백신 구성. 플랫폼은 자가 복제 mRNA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모두 사용.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전임상 실험 비용을, NIAID로부터 임상 1상을 지원 받음.
출처: https://woojkim71.tistory.com/398
▼ Gritstone Oncology (NASDAQ:GRTS): Genevant Sciences로부터 자가 복제 mRNA 코로나-19 백신을 위한 지질 나노 입자 (LNP) 기술 라이선싱. 선수금 $192M.
출처: https://woojkim71.tistory.com/399
한마디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NIAID와 공동으로 시작한다라는 것. 좀 어려운 말들이 있는데 이건 아래에 설명하기로.
뭐하는 기업?
이 기업이 뭐하는 기업인지를 알려면 우선 면역 항암제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하다. BMS의 옵디보와 머크의 키트루다의 등장으로 항암 치료는 완전히 판도가 바꼈다. 암세포는 신체의 면역세포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어떤 속임수를 쓴다. 면역 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라고도 불리는 옵디보, 키트루다 등의 항암제는 이 속임수를 걷어내서 다시 환자 몸의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놀라울 정도로 높은 효능을 보이는 면역 항암제는 그러나 듣는 경우에는 엄청 잘 듣는데 안듣는 경우에는 또 아예 듣지를 않는 바이너리 효과를 보인다.
어떤 경우에는 면역 항암제가 잘 듣고 어떤 경우에는 잘 듣지 않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었고 2010년대 중반 신생항원(neoantigen)이라는 개념이 나왔다. 면역 항암제가 잘 듣는 암들을 보니 잘 듣지 않는 암들에 비해 돌연변이가 전체적으로 많이 발생하더라는 것.
유전체(genome)이 불안정한 암들에서 돌연변이가 많이 발생하고, 돌연변이 단백질들에 의해 몸의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는 암들의 경우, 즉 애초에 몸의 면역 체계가 암을 공격하기 좋게 활성화가 되어 있다가 암세포의 속임수에 넘어간 암들은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다는 것이다. 반면 애시당초 돌연변이가 별로 없어서 면역체계가 활성화되지 않은 경우에는 속임수를 걷어내도 면역체계가 처음부터 잠들어 있었으니 듣지 않더라는 이론이다. 최초의 면역 관문 억제제인 CTLA-4 저해제를 발견한 공로로 2018년 노벨상을 수상한 James Allison의 또 다른 발견이었다.
이 이론에 근거해 면역 관문 억제제들이 잘 듣지 않는 암의 신생항원들을 찾아내 이를 백신 형태로 투여하면 면역 관문 억제제들이 잘 듣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탄생한 기업들이 몇개 있었다. 지금은 바이온텍(BioNTech, BNTX - 맞다. 바로 그 코로나-19 백신을 화이자와 개발한 그 기업이다)에 인수된 Neon Therapeutics와 오늘 소개하는 Gritstone Oncology다. 두 기업 모두 상장 이후 주가가 내리 곤두박질 치기만 했는데 그 이유는 실제로 이 아이디어를 임상시험에 적용해보니 효과가 기대만큼 좋지 못했던 것. 그래도 두 기업 모두 아직 포기하지 않고 신생항원 항암 백신을 개발중이기는 하다. 참고로 모더나(Moderna, MRNA)도 이걸 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신생항원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그 중 눈에 더 띄었던 기업은 Gritstone Oncology였다. Gritstone EDGE라는 AI 머신러닝을 이용한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 신생항원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는 기대감을 갖기에는 좀 쉽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어쨌든 Gritstone Oncology는 Gritstone EDGE라는 경쟁력있는 신생항원 스크리닝 플랫폼을 개발했다.
Gritstone EDGE는 클래스 1 HLA에 대해서는 70% 이상, 클래스 2 HLA에 대해서는 40% 예측력을 지닌다고 한다. HLA 1, 2가 뭔지는 모르셔도 된다 (아래 설명이 잠깐 나옴). 어쨌든 기존 방식보다 예측력이 뛰어나다는 점.
코로나-19 백신
이런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나왔다. 영국 변이, 남아공 변이, 그리고 아직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은 브라질 변이까지, 기존 오리지널 보다 감염력이 높은 여러 변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남아공 변이는 기존에 개발된 백신, 항체 치료제들의 효능을 크게 낮춘다는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여기서 잠시 또 면역학으로 돌아가보자. 우리 몸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이나 내부에서 발생한 돌연변이 단백질을 인식해 이에 반응하는 항체와 T세포를 만들어 낸다. 이때 항체와 T세포가 인식하는 병원균의 특정 부위나 돌연변이 단백질을 항원이라고 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용한 항원은 스파이크 단백질이다. 약 1200개의 아미노산으로 된 스파이크 단백질을 mRNA 형태나, 그냥 정제된 단백질을 사용하거나, 아데노 바이러스라는 감기바이러스 껍데기에 붙여서 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이 120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스파이크 단백질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이 단백질은 다시 면역세포 중 APC라는 세포로 흡수되서 5-10개의 아미노산으로 잘게 쪼개진 뒤에 HLA라는 단백질에 붙어서 APC 세포 표면으로 나온다 (이걸 영어로 antigen presentation이라고 함. 한국말로 뭐라고하는지 몰라서..). 그럼 이 HLA에 붙은 5-10개 항원을 B세포나 T세포가 인식해서 여기에 반응하는 항체, T세포를 만들어 낸다. 이 5-10개의 실제 항원 역할을 하는 부위를 에피톱 (epitope)이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스파이크 단백질 전체가 에피톱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분만 에피톱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그럼 궂이 1200개 아미노산으로된 스파이크 단백질을 통으로 우리 몸에 집어넣지 않아도 되겠네? 맞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대부분은 아마도 에피톱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부위가 에피톱으로 사용될지를 안다면 그 부위만 잘라서 집어넣어주면 된다. 다만 그게 어딘지 정확히 모르니깐 그렇게 못하는거다.
요즘 문제가 되는 남아공 변이 B.1.351는 N501Y, K417N, E484K 등의 돌연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발생했다고 한다. 이게 뭔소리냐하면, 약 1200개의 아미노산을 1번부터 끝번까지 쭉 나열해놨을 때 N501Y는 501번째 N 아미노산이 Y 아미노산으로 바꼈다는 뜻이다. 만약에 코로나-19 중화항체 1번이 인식하는 부위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499번부터 503번까지라고 하면 이 1번 항체는 중간에 N501Y 돌연변이가 발생한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식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N501Y의 경우 Y가 단백질의 구조를 확 바꿔놓는 성질이 있어서 오리지널 스파이크 단백질과 비교했을 때 에피톱으로 사용되는 부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어느 부위가 에피톱으로 사용되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돌연변이가 발생한 부위들은 피해서 그 에피톱들만 백신으로 사용하면 되겠네? 맞다. 바로 Gritstone EDGE 알고리즘으로 에피톱을 예측해내서 여러 에피톱으로 구성된 백신을 mRNA 방식이나 아데노바이러스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수십개의 에피톱으로 구성된 백신이 될 것같다. 위 세개의 돌연변이를 예로 들어보자면 돌연변이가 발생된 부위를 피해 아미노산 200-207, 아미노산 350-360, 아미노산 xxx-yyy 등등등을 모아서 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스파이크 단백질 이외에 N 단백질, ORF3 단백질의 에피톱도 넣어줘서 스파이크 돌연변이를 피하겠다고 한다.
이 방법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경우 장점은 추후에 또 변이가 나오면 그 변이에 영향을 받는 에피톱만 다른걸로 바꿔주면 된다. 만약에 SARS-CoV2와 SARS-CoV1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공통된 부위 에피톱이 있다면 이 백신은 두 바이러스에 대해 모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mRNA 방식을 사용한다니 향후 또다른 변이가 나왔을 경우에 대응이 빠를 수 있다.
원숭이 실험에서 중화항체 반응, T세포 반응 모두 잘 나왔다고 한다.
재무상태
나노캡 바이오에 투자시 가장 유의해서 볼 부분이 재무상태다. 돈들어올 구멍이라고는 유상 증자밖에 없기 때문에 현금보유량과 영업지출을 고려해서 몇분기나 비즈니스가 지속가능한지를 판단해야한다. 물론 현금이 풍부하다고 해도 유상증자를 피하기는 어렵다. 바이오 기업은 돈이 부족해서도 유상증자를 하지만 유상증자를 할 수 있어서 (즉 주가가 많이 올라서) 하기도 한다. 해야할 상황이 아닌데 어쩔수 없이 하는게 문제지 할 수 있을 때 하는건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량은 $72M, R&D 비용 $22M, 경상비 $5M. 대략 2-3분기 정도 간다고 볼 수 있다. 이정도면 무조건 이번 주가 상승을 기회로 유상증자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금요일에 $690M mixed shelf filing을 했다. 월요일 주가가 빠질테니 매수 고려중이라면 기회로 볼 수 있을 듯.
백신 개발 비용은 게이츠 재단에서 전임상 비용 $575K, 임상 1상은 NIAID에서 지원한다고 하니 충분할 듯.
앞으로 더 오를까?
그걸 알면 이런 블로그나 쓰고 있지 않겠지. 두가지는 말할 수 있겠다. 최근 많이 올랐지만 시가총액 $850M으로 별로 높지 않다는 점. 아직 상장 후 최고점인 약 $30도 돌파하지 못했다. 두번째는 기존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 백신 개발에 악재라도 있으면 주가는 제자리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게이츠 재단과 NIAID가 가능성도 없는데 개발 지원을 하지는 않았겠지. 근데 이번에 다시 보니 이중항체 개발도 시작했더군. 자체 플랫폼을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데, 바이오 기업의 플랫폼 개발은 언젠가는 페이오프한다. 어쨌든 리스크가 큰 종목이니 알아서들 판단하시길. 다만 최근에 모든 종목들이 올라서 싼 주식 찾기가 어려운데 어찌보면 아직 기회가 남아있는 종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요즘은 숏스퀴즈 장세라 숏 비율을 살펴보는건 필수. 아쉽지만 유통주식 대비 숏 비율은 5.25% 밖에 안된다. 하루면 커버가 가능한 양이다. 숏스퀴즈가 나올만한 주식은 아닌듯 하다. 하지만 아래 보듯 지난번 급등 전 1/15자 데이터니 급등 때 숏이 많이 붙었으면 얘기는 달라질 수도 있겠지.
※ 필자는 GRTS를 보유하고 있음. 매수/매도 추천 아니며 투자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필자와는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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