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라이선스 딜에 대한 단상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번 코로나-19 백신 개발 레이스 전까지 Moderna라는 기업에 대해 들어보지 못하셨을 듯. 필자는 상장 전부터 알던 기업이라 상장 후 소량 매수해서 현재까지 보유중. 중간에 한번 차익 실현을 하고 새로 들어가서 단가가 상장때만큼 낮지는 않지만 코로나-19 백신 거품이 빠져도 몇년간 보유할 생각인데, 오늘 장마감 후 두 건의 라이선싱 딜이 나온 김에 이에 관한 썰을 한번 풀어볼까 함.
Moderna 장 마감후 두 건의 라이선싱 딜 발표
첫번째는 Vertex (VRTX)와 낭포성 섬유증 (cystic fibrosis) 유전자 편집용 mRNA + 나노지질입자 신규 후보물질 발굴에 관한 3년 공동개발. Vertex와 두번째 협업 계약인데 첫번째 역시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개발 후보물질 발굴 협업 계약이고 이건 mRNA를 이용한 CFTR 단백질 발현이 목적. 이번 계약은 폐세포 전달을 위한 신규 나노지질입자 개발 + CFTR 유전자 돌연변이를 편집해줄 편집 효소 mRNA 전달이 목적. 대략 CRISPR를 바이러스벡터가 아닌 mRNA에 실어 보내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계약 조건은 $75M 선수금 + 최대 $380M 마일스톤 + 로열티.
두번째는 이태리의 다국적 제약사 Chiesi Farmaceutici S.p.A.와 폐동맥 고혈압 (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PAH)라는 희귀질환 mRNA 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 계약 조건은 $25M 선수금 + 최대 $400M 마일스톤 + 로열티. 모더나는 PAH 프로그램 (mRNA-3283)을 이미 가동 중이었으니 보도자료만 봐서는 신규 후보물질 발굴인지 라이선스 아웃인지는 불명확.
2018년 5월 Merck와의 공동 개발 계약 이후 첫 딜
이번 딜은 2018년 5월 Merck와의 딜 이후 첫 딜. 2018년 12월에 상장했으니 상장 이후 첫 딜이기도 함. 모더나가 그동안 대형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님. AstraZeneca와 세개, Merck와 두개, 그리고 그림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Vertex와 한개의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중.
모더나의 파이프라인을 보면 임상단계 바이오텍으로서는 과도하게 많은 23개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 이중 대형 제약사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다섯개 뿐.
mRNA 플랫폼은 많은 장점을 지닌 플랫폼
mRNA 치료제는 일종의 유전자 치료제라고 볼 수 있음. 그러나 AAV, 렌티바이러스 등의 기존 유전자 치료제와 다른 점은 치료제가 몸안에 영구적으로 남아있지 않다는 점. 덕분에 몸에 넣어준 유전자가 영구히 존재할 필요가 있는 질병들에 국한되는 기존 유전자 치료제에 비해 그 적용 범위가 훨씬 넓음.
가령, 점점 더 응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항체/재조합 단백질 의약품들의 경우 이론상 모두 mRNA 의약품으로 대체될 수 있음. 후보물질의 발굴에 드는 시간이 짧고, 공장 돌려 항체/재조합 단백질을 만드는 대신 환자의 몸에서 직접 항체/재조합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제조 공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음.
물론 이번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드러났듯 mRNA 전달 물질인 나노지질입자의 IP에 관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고, 나노지질입자는 부작용이 있어서 Alnylam 같은 경우는 사용을 포기하기도 했으며, 초저온에 보관해야해서 유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는 등 해결해야할 문제점들도 많음.
개인적으로 두건의 딜은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성공 소식보다 더 기다리던 소식
이번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잘 알려진대로 mRNA 플랫폼의 장점은 후보물질 개발의 신속성. 신속한 후보물질의 개발이 가능한 만큼 많은 수의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고, 이런 모더나에게 라이선스 아웃은 필수적인 비즈니스 모델.
그러나 모든 신규 플랫폼이 그렇듯 검증되지 않은 물건에 큰 돈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음. 큰 돈을 들여서 새로 나온 물건을 테스트하기 좋아하는 얼리 어댑터들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소수에 불과. mRNA 플랫폼은 이전까지 승인 의약품이 없었던 제약업계에서는 새로운 시도에 해당됨. 대형 제약사들이 조금씩 발을 담가보고 싶어도 이를 뒷받침해줄 근거가 필요함.
이 와중에 코로나-19가 터졌고 모더나, 비욘텍 (BNTX), 큐어백 (CVAC)을 필두로한 mRNA 개발 기업들이 발빠르게 백신 개발 레이스에 뛰어들었음. 아마도 이들의 속내는 백신 개발로 기업을 상업화 단계로 한단계 올려놓고자하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백신 개발을 통해 mRNA 플랫폼의 가능성을 대형 제약사들에게 보여주는 전시의 장으로 삼고자 하는 목적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2년 만에 오늘 두 건의 라이선스 딜이 모더나로부터 나와줬음.
궁극적으로 모더나를 비롯한 mRNA 의약품 개발 기업들이 가야할 길은 RNAi 의약품을 개척한 Alnylam (ALNY), AS RNA 의약품을 개척한 Ionis (IONS)의 모델이라고 봄. 물론 시총은 모더나, 비욘텍이 코로나-19 덕에 이 두 기업을 훌쩍 넘어가 버렸지만, 기업의 성장 단계로 보자면 한참 어린 수준.
두 기업 모두 새로운 유형 (modality)의 의약품을 들고 나오면서 업계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음. 현재는 두 기업 모두 FDA 승인 의약품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잡고 대형 제약사와의 공동 개발 프로그램을 다수 보유 중. 이들과 모더나, 비욘텍이 다른 점은 Alnylam, Ionis가 보냈던 인고의 시간을 코로나-19라는 천운의 기회 덕에 크게 줄일 수도 있게 된점. 줄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들 기업의 실력이 좌우하겠지만.
어쨌든 이번 모더나의 두 건의 라이선스 딜이 mRNA 기업들이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잡는 신호탄이 되주기를 바라는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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