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tex Pharmaceuticals (VRTX)의 폭락에 대해
어제 (미국 시간 10/14) 장 마감 후 Vertex Pharmaceuticals에서 보도자료를 하나 발표했다. Alpha-1 Antitrypsin Deficiency라는 희귀질환에 대해 임상 2상을 진행중이던 후보물질 VX-814의 임상 2상을 안전성과 PK 문제로 중단한다는 소식. 그리고 동시에 개발중이던 VX-864의 임상2상은 계속 진행한다고 밝혔다.
바이오텍 중 시가총액 3위에 해당하는 대형 바이오텍에서 임상2상 하나 중단한다고, 그리고 후보물질 두개 중 하나를 중단한다고하니 그리 대단한 뉴스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현재 -20% 폭락 중. Evaluate Pharma에 의하면 VX-814는 매출에 대한 기대치도 그리 높지 않은 듯. NPV가 $197M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Vertex의 주가 폭락을 불러온 것일까?
그전에 Vertex가 바이오텍 산업군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기업인지부터 간단히 보자. 시가총액으로 보면 어제 폭락 전까지 바이오텍 가운데 3번째, 오늘 폭락으로 Regeneron에 자리를 내줘 4번째에 위치한 기업이다. 하지만 5년 전만해도 그림에 있는 다섯개 상위 기업에 브리스톨에 인수된 Celgene까지 포함하면 6번째 위치에 있었다. 5년만에 급성장한 것이다.
Vertex 급성장의 배경은 지난해 말 출시한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Trikafta. Vertex는 2012년 Kalydeco 출시로 희귀 유전성 질환 낭포성 섬유증 시장에 처음 진입한 후 이 시장을 8년째 독점중이다. Kalydeco, Orkambi, Symdeko, 그리고 Trikafta를 차례로 출시하며 치료할 수 있는 환자군을 90%까지 늘리는 과정에서 경쟁하던 기업들은 모두 임상시험에 실패해 자연스럽게 독점 구조를 형성했다. 낭포성 섬유증에 대해 후기 임상시험을 진행중인 기업이 없기 때문에 독점 구조는 어쩌면 Trikafta의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까지도 지속될 가능성마저 열려있다.
Trikfata의 출시로 커버되는 환자수가 전체 환자군의 50%에서 90%로 대폭 증가하면서 Vertex의 매출은 지난해 $4.2B에서 올해 상반기 매출만 $3B으로 크게 증가했다. 대략 1.5배 가량 늘어난 셈. 아래 그림은 바이오텍 시총 상위 5개 기업의 20년간 매출 추이. Vertex는 이 다섯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매출이 적다. 그럼에도 시총 순위가 높게 있었다는 건 상위 5개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멀티플을 받고 있었다는 것. Vertex의 P/E는 27로 Amgen 19, Gilead 11, Regeneron 21, Biogen 23보다 높다. 그나마 20% 폭락으로 낮아진 수치가 이렇다.
Vertex에게는 두가지의 리스크가 존재했다.
첫번째는 파이프라인 리스크. 그동안 낭포성 섬유증에만 집중해온 나머지 다른 파이프라인 개발이 뒤쳐졌다. 낭포성 섬유증의 90%를 커버하게 된 지금 시점에 그 다음이 뭐냐고 물어보면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아래 그림은 Vertex의 파이프라인. 낭포성 섬유증 (Cystic Fibrosis)를 제외하면 임상 3상을 진행중인 후보물질 조차 없다. 더군다나 적응증들을 살펴보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낭포성 섬유증 처럼 독점을 누릴만한 적응증이 보이지 않는다. 이와중에 임상 2상을 진행중이던 후보물질 하나가 낙오한 것. 오늘 -20%의 급락은 임상시험 실패 그 자체 때문이라기 보다는 Verte의 파이프라인이 현재의 성장세를 지속시켜줄만한 depth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된 측면이 더 크다고 보인다.
두번째 리스크는 의약품 가격인하 압박. 11월 선거에서 대통령, 상, 하원까지 민주당 싹쓸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약회사들이 전반적으로 의약품 가격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 대부분의 대형 제약사, 바이오텍은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어 있어서 가격인하 압박이 큰 의약품도 있는 반면 큰 영향을 덜 받는 의약품도 있는 등 비교적 쿠션이 있다. 반면 Vertex는 네개의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가 시장에 나와있지만 사실상 단일 의약품이나 마찬가지. 시장 독점인 희귀의약품인지라 가격이 높게 책정되있기 때문에 의약품 가격인하 정책이 나오면 직격탄을 맞게 되어있다. 환자수가 적은 희귀 의약품은 가격이 높게 책정되기 마련이지만, 정치권은 그런건 보지 않고 가격만 본다. 7월말 고점을 형성한 이후 흘러 내린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던 이유는 이때문.
그렇다면 Vertex는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가하락의 길을 걷게 될까? Vertex의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에 대해 필자는 알지 못한다. 다만 필자에게는 이번 주가하락이 좋은 진입 기회로 보인다.
첫째,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오늘의 하락으로 Vertex의 밸류에이션은 지난 10년래 최저 수준에 접근했다. 약 $215의 주가는 Trikafta가 막 승인 받아 어느정도 매출이 나올지 숫자가 나오기 전의 주가다. Vertex는 아직 성장중인 기업이다. Trikafta는 이제 막 출시됐고 향후 몇년은 더 매출 성장을 이룰 것이다. 아래는 Vertex의 지난 10년간 P/E (빨간색), P/S (파란색).
둘째, Vertex에게는 막대한 현금이 있다. 지난분기말로 보유한 현금이 $4.8B, 단기 투자금 $0.6B을 포함하면 $5.4B의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있다. Trikafta 출시로 매 분기 $1.5B의 현금이 들어오고 있다. 금리도 싸다. 그동안 Vertex는 대형 인수합병이나 후기 파이프라인에 대한 라이선싱이 없었다. 하지만 풍부한 현금을 들고 있기 때문에 대형 인수합병, 후기 파이프라인 라이선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Stock buyback도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시총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인수합병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오늘의 폭락에서 내일 더 내려갈지, 반등이 나올지 필자는 모르겠다. 주가가 다음달 반등할지, 1년뒤 반등할지, 계속 더 내려갈지도 모른다. Vertex와 유사하게 오랜 기간 시장 독점에 매출도 계속 상승했지만 파이프라인 문제로 주가가 흘러내렸던 Alexion Pharmaceuticals (ALXN)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 기회를 분할 매수로 추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생각이다. 어차피 장기 보유로 생각했던 종목이다. 참고로 필자의 평균 단가는 약 $100정도임을 밝힌다.
※ 매수/매도 추천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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