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수 200,000명 미만인 희귀질환 (rare disease)을 orphan disease라고 합니다. 아직 치료제가 없거나, 있어도 약효가 좋지 않은 orphan disease의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FDA의 프로그램으로orphan drug designation이란 것이 있습니다. 제약회사들이 마켓 사이즈가 작은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할 메리트가 없는 점을 고려해서 orphan drug의 치료제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입니다. Orphan drug으로 지정되는 경우 세금 혜택, FDA 승인 신청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데, 주어지는 혜택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동일 기제의 약제에 대해 7년 동안 마켓 독점권을 보장한다는 점입니다. EU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술 더 떠서 10년을 보장해 줍니다. 또한 환자수가 적은 만큼 비싼 약값이 용인됩니다. 기존의 치료 방법이 없는 경우 PBM의 formulary에서 preferred drug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Orphan drug designation을 받고 시장에 진출한 신약들 중 블락버스터 (연매출 $1B 이상)을 기록중인 약들이 꽤 많습니다.
장사를 하는데 7년간 마켓 독점권을 정부에서 보장해준다면 이처럼 쉬운 장사가 없겠죠. 물론 orphan drug이라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일 기제의 약에 대해 독점권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질병에 대해 다른 기제로 더 뛰어난 약효를 보이는 경쟁제품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경쟁 제품이 없더라도 마켓 사이즈가 너무 작아 예상 매출이 그리 크지 않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들도 이런 점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작은 마켓부터 시작해서 다른 유사한 질환으로 점점 그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label expansion) 전략을 구사하기도 합니다.
만약에 clinical stage의 제약회사가 처음으로 출시하는 약이 orphan drug이라면 경쟁이 치열한 질병에 대해 약을 출시하는 경우보다 성장 속도가 빠를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clincal stage에서 commercial stage로의 전환이 쉬운 일이 아니고 좋은 약을 개발해 놓고 상업적인 실패를 거두는 회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Orphan drug designation이 상업적인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확률은 높여준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켓 사이즈가 커서 블락버스터 포텐셜을 지닌 약품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을 테고,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label expansion이나 파이프라인의 다른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cash flow를 제공해 줄 수 있을테니까요. 당연히 그런 회사의 주식 또한 향후 5년여간 크게 상승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래 리스트는 2016년 이후 미국에 상장(OTC 제외)된 제약사에서 FDA의 승인을 얻은orphan drug들의 목록입니다. Label expansion이 아닌 신규 승인을 얻은 신약들 중 해당 회사의 첫번째나 두번째 제품인 경우로만 한정했습니다. 이중에 어떤 회사가 흙 속의 진주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관심 가는 회사가 있으시면 각 회사에 대한 due diligence는 각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