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섹터/섹터

바이오텍 캐시번 (cash burn) 분석 및 영향

약 장 수 2021. 7. 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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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애용하는 BoA(이라기 보다는 리포트 접근권이 BoA와 JP 모건 두군데 뿐이라.. JP 모건은 사용이 너무나 불편한 플랫폼이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몰아서 본다..)에서 바이오텍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과 캐시번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발간했다. 생명과학 툴 & 진단 기업 산업군 분석에서 나온 리포트로 골자는 미국 바이오텍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역대 최대이고 생명과학 툴 및 CRO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 캐시 번(cash burn):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태우는 속도. 통상 현금, 현금성 자산을 운용 비용 (operating expensese)로 나눠주면 된다. 예를 들면 $300M의 현금,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기업이 1년 운영비로 $80M을 평균적으로 사용한다면 캐시 번은 약 3.75년이 된다. BoA 리포트에서는 운용 비용 대신 R&D 비용으로 캐시번을 계산했다. 경상비가 빠졌기 때문에 필자가 보기에는 살짝 과장된 수치로 보임.

 

주지하다시피 최근 거의 반년간 조정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바이오테크 산업은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계기로 브레이크아웃하면서 주가 측면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아래 그림은 바이오테크 산업군의 대표 ETF인 XBI와 IBB의 차트로 2018년 이후 박스권을 돌파한 것을 볼 수 있음. 

주가가 뛰게 되면 바이오테크 산업군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은 유상 증자. 대부분의 산업군은 흑자를 내건 적자를 내건 일단 매출은 있는 기업들이 상장한다. 적어도 '팔 물건'은 가지고 상장하는 것. 하지만 바이오테크 산업군만은 '팔 물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장하는 기업들이 99.999%다. 이 준비하는 과정이 10년이 넘게 걸린다. 그러다보니 자금을 마련할 방법은 유상 증자와 사채 뿐이다. 신용 등급 조차 없는 이런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은 꿈도 못꾼다.

 

그런데 어떤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주가가 훅~하고 뛰어버린다.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유상 증자 러시를 이뤘다. 주가가 올랐으니 같은 수의 주식을 팔면 더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게 지난해와 올해 풍경. (어차피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1년에 한 번 꼴로 유상 증자를 하기는 한다..)

 

BoA에서 나스닥 바이오테크 인덱스 (NBI)에 포함된 종목들 중 연매출이 $50M 이하인 기업들의 발란스 시트를 조사했다. 아래 그림은 평균 캐시 번의 추이. 2015년 피크를 넘어 사상 최대로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평균 3.5년을 버틸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바이오테크 기업들 전체의 연간 자금 조달 금액. 2020년에 2015년의 $109B을 넘어 사상 최대인 $130B을 기록했다.

총량이 늘었으면 기업수가 늘었기 때문은 아닐까? 개별 기업들의 평균 현금 보유량은 $300M을 넘어서며 이역시 역대 최대치다.

개별 기업단으로 봐도 3년 이상 버틸 수 있는 기업이 60%가 넘고, 1.5년 이하로 버틸만큼의 현금을 보유한 기업은 6%에 지나지 않음.

돈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R&D 비용도 증가 추세.

리포트는 일단 여기서 끝이고...

 

이 지점에서 생각해볼 점들.

 

1. M&A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임상시험 성공 기대감' + '인수합병 기대감'으로 구성된다고 필자가 늘 주장한다. 비율은 7:3이라고 해도 좋고 8:2라고 해도 좋고. 엿장수 맘대로. 소형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증가했다는 점은 M&A 시장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엔터프라이즈 밸류 (Enterprize Value)라는 것이 있다. EV/EBITDA 계산할 때 흔히 사용하는 그 EV가 엔터프라이즈 밸류인데, 간단하게 시가총액 + 부채 - 현금성 자산으로 계산된다. 시가총액과 다른 방식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인데, 이게 무슨 뜻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기업 인수합병시 해당 기업 인수를 위해 실제로 지불해야할 금액이라는 뜻이 된다. 가령 $100M 시총의 기업이 있는데 부채가 $20M이라면, 이 기업 인수를 위해 실제로 필요한 금액은 $120M이다. 반대로 시총 $100M인데 현금이 $20M 있다면 실제로 이 기업 인수에 필요한 금액은 $80M이다.

 

위에 언급했듯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부채(Liability 말고 실제로 꾼 돈)가 없다. 아니 있고 싶어도 만들 수가 없다. 신용 등급 조차 없는 기업들이니까. 그런데 현금 보유량은 증가했다. 엔터프라이즈 밸류가 낮아지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M&A 시장은 눈에 띄는 딜에 손에 꼽힐 정도로 조용했다. 규제 리스크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고 새로 수장이 임명된 FTC에서 제약 산업을 콕 찝어 독점적 인수합병에 대해 국제 공조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알렉시온 인수는 일단 승인했지만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에 대해서는 반독점법 위반 소송으로 대응했다. 

 

규제 리스크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제약 산업의 생태계가 이미 소형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빅파마의 파이프라인 공급처가 되는 방식으로 이미 오랜기간에 걸쳐 고착화 되버렸다. 생태계를 파괴하면 혁신도 함께 파괴되는 구조다. 고가 의약품이 규제 강화를 유도했지만 중국과 빡세게 싸우고 있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혁신을 파괴하는 정책을 계속해서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FTC에서 유연한 결정이 한두개만 나와도 다시금 M&A 시장은 활성화될 것이다,라고 생각해본다.

 

2. 라이선싱

인수합병은 정부 규제로 막혀있지만 라이선싱의 경우는 반독점법에 제제를 덜 받기 때문에 이쪽 분야는 활발할 수 있다. 다만 대형 제약사에 파이프라인을 공급하던 소형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자금이 많아진 것이기 때문에 통상 생각하던 라이선싱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소형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자체 파이프라인 발굴 역량을 지닌 기업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상당하다. 자체 역량이 없는 경우 결국 어디선가 후보물질을 사와야하는데 큰 돈을 쓸 수 없다보니 대부분이 아카데미에서 전임상도 안한 후보물질들을 사오거나, 비슷한 규모의 소형 기업들끼리 초기 단계의 후보물질들을 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쪽에서는 수혜를 받을 산업군이나 기업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플랫폼을 지닌 기업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어제 Appellis (APLS)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업인 Beam으로부터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이런 종류의 딜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mRNA, RNAi, ASO, PROTAC, 유전자 편집, 유전자 치료제, 항체 등의 플랫폼을 지닌 기업들, 초기 후보물질 발굴이 주업인 기업들의 협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주목할 기업은 아카데미-기업간, 기업-기업간의 라이선스 주로 사들여 로열티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의 로열티 파마(RPRX)다. 라이선싱 건수가 많아질 수록 로열티 파마의 잠재적 사업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3. CRO

BoA 리포트에서 언급했듯 늘어난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으로 가장 수혜를 입을 산업군은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다.

 

제약-바이오 산업군에서 CRO는 임상시험 및 그와 관련된 제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기업을 일컫는다. CRO는 표준화되어있지 않은 각 임상시험 사이트들(즉,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개별 병원들)로부터 데이터 및 샘플을 받아 표준화 시켜주고, 데이터와 샘플을 보건 당국의 기준에 맞춰 분석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대형 제약사나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경우 자체로 임상시험 관리가 가능하지만 R&D에 집중하는 소규모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거의 100% CRO에 임상시험을 외주 준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금 보유량이 늘어난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이 돈을 두군데에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신규 후보물질 발굴 및 R&D, 그리고 임상시험이다. 이 둘 중 더 큰 돈이 필요한 곳은 임상시험이다. 사용하는 금액의 단위수가 한자릿 수 이상 다르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 돈은 모두 CRO로 빨려들어간다고 보면 될 것이다.

 

올해 들어 CRO에 대한 몇가지 눈에 띄는 움직임들이 있었다. 생명과학 연구용 소모품/기자재 분야의 최대 기업 서모피셔(TMO)가 대형 CRO PPD를 $17.4B에 인수하면서 CRO 시장에 진출했다. CRO인 ICON이 역시 CRO인 PRAH Health를 $12B에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만든 계기가된 CRO인 Paraxel에 대해 의약품 유통 기업 AmeriSourceBergen (ABC)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지난주 블룸버그 기사에 이어 오늘은 골드만 삭스와 사모펀드 EQT AB가 $9B에 인수합병 논의를 하고 있다는 WSJ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들에는 위와 같은 배경이 존재하는 것이다.

 

4. Life Science Tools

전술했듯 임상시험 보다는 적은 금액이지만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신규 후보물질 발굴 및 R&D에도 바이오테크의 보유 현금은 상당 부분 투입된다. 돈이 많아지면 연구 개발 인력도 충원하고, 사지 못했던 장비도 살 수 있다. 연구 개발에 필요한 장비, 시약을 제공하는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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